2016년 11월 16일부터 첫 확진 이후, 12월부터 전국에 조류들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H5N6형 조류독감(AI)의 전염이 일어난 사태이다. 사실, 2017년까지도 진행형이니 2016~2017년 대한민국 AI 유행이라 함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사람에게 전염되어 발병한 사례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포유류인 길고양이의 사체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만큼 결코 새나 닭만 죽는 게 아니라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은 아주 낮지만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 그래서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를 막기위해 방역인력들도 단단히 준비하고 방역을 하고 있다.
닭 농장을 중심으로 AI가 확산되어 수 많은 닭들이 살처분되었는데 그중 좁은 공간에 밀집시켜 사육하는 산란계 농장의 피해가 육계에 비해 큰 편이다. 동시에 달걀 생산량도 급격히 떨어져 가격이 올랐고, 급기야 대형마트 및 소매점들도 달걀을 1인당 1판씩으로 제한했다. 마침내 계란 1판에 만원을 돌파했다. 또한 유통업자들이 설대목 이익을 볼려고 계란을 쟁여뒀다가 미국산 계란이 시장에 풀린다는 소식이 돌자. 지난주에 비해 계란생산량의 3배가량인 1080만t이 풀렸다....
12월 초만 해도 5,400원 정도이던 계란값이 12,500원(특란 30개 한판, 최종소비자가)까지 급격히 치솟아 농수산 식품 가격 상승으로 에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제과업계 중 파리바게뜨는 계란을 많이 사용하는 19가지 제품 품목에 대해 당분간 출하 정지를 밝혔다. 중소규모 제빵업체 및 베이커리들도 계란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며 대목인 크리스마스에도 케이크 등 계란을 많이 사용하는 일부 제품 품목 생산에 제동까지 걸렸다.
12월 27일 기준 의심신고 100건 돌파와 2,73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었다. 1일 평균 65만 마리 가량을 살처분하고 있다. 27일 전국 산란계의 27%가 살처분 되었고 모든 가금류의 16%가 살처분되었다. 특히 병아리를 생산하는 산란종계는 절반 가까이 처분되어 사태가 이대로 진정되어도 회복도 매우 느릴 전망이다. 이미 피해액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가축전염병 피해 사례 기록을 경신하였다. 이대로 간다면, 만에 하나 5천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사상 초유의 대유행이 될 거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기사에 따르면 50일간 3천만 마리를 땅에 묻었다고 한다. 곧, 5천만 마리를 살처분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육계농장에서도 감염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계란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닭고기의 공급마저 줄면서 치킨 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전국 각지 동물원에서 황새, 원앙 등 일부 조류가 살처분 당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거기에 천연기념물 195마리와 멸종위기종 400여 마리 등 희귀 조류 1,300여 마리도 매몰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일본 히가시야마 동물원은 8마리의 희귀동물에서 AI가 발견되어 폐쇄한 상태이며, 일본의 다른 동물원들도 폐쇄 및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발생한 일본과 비교하면 답이 나온다. 11월 28일, 아오모리 2개와 니가타 2개 농장 등에서 AI가 발생해 닭 55만여 마리, 오리 2만여 마리가 도살 처분됐다. 이 날 기준으로 한국은 확진 농장 54곳, 살처분 1,660만 마리의 역대 최대규모 피해를 본 데 비하면 극히 적은 수다.
피해가 다른 데 있어서 대응 방식도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국토면적 대비 사육 마릿수를 비교하면 일본이 닭 사육 밀집도가 낮다. 즉, 한 지역에 농장이 심하게 밀집된 경우는 없다. 농장의 닭 사육 환경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수준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오리를 거의 키우지 않는다. 철새의 AI 바이러스를 농장 가금류로 옮기는 오리가 거의 없어 전파가 느리다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닭 사육 수는 2배인 반면 오리는 거의 키우지 않는다. 오리가 있고 없고의 차이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육용 오리 산업이 거의 없으며 철새로 인해 오염된 자연 상태의 공간과 농장을 연계하는 것이 논·밭의 오리라는 것이다.
대응에서도 차이를 보여줬다. 일본은 11월 21일 철새에서 AI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되자 곧바로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방역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오모리의 한 농장의 예를 들어 검사를 통해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이 나온 직후인 오후 10시 40분에는 도살처분 담당 인원이 배치됐다. 이튿날 오전 4시엔 아오모리 현 직원과 자위대가 농가에 도착해 방역 작업을 시작했고 이날 중 오리 1만 7,000여 마리에 대한 도살처분이 끝났다. 그 사이 일본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AI 확진 판정이 나온 당일 오후 11시경에는 아베 신조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AI정보 연락실이 설치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그래서 2016년 일본의 AI 집단 발병 건이 5건 밖에 안 된다.
일본 정부 지침에 따르면 도살처분은 24시간 이내에, 매장은 72시간 안에 완료하도록 돼 있다. 철새를 관장하는 환경성, 사육조류를 관장하는 농림수산성,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제각기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놓고 겨울을 맞는다. 11월이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AI 발생 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반면 한국은 AI 첫 발견 닷새 후에야 관계 부처 회의가 열렸고 농식품부 산하에 대책반을 만들었다. 그리고 11월 23일에 농식품부 대변인이 하라는 일은 안하고 술판을 벌인 것이 도마위에 올랐다. 농식품부가 컨트롤타워를 맡다 보니 다른 부처와 조율이 제대로 안 이루어지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살처분 인력이 부족해지자 농식품부는 군 병력 투입을 요청했으나 국방부가 거절해 갈등을 빚었다. AI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것이 늦어진 것도 농식품부에만 맡겨둔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가 언급하길 농식품부는 생산장려부처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철저한 방역보다는 가격충격, 공급량 조절에 더 신경 쓸 수 밖에 없다는 것.
시기가 정치적으로도 안 좋은 시기이기 때문에 부처 간 조율을 맡을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지대한데, 황교안 권한대행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에서 인력을 투입하도록 하고, 보건복지부에서 방역작업을 전담하도록 할 수 있는 권한은 행정부 수반에게 밖에 주어져있지 않다. 문제는 박근혜정부 내내 사고가 터졌을 때 컨트롤타워의 조율이 제대로 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